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에 전날까지 휘청거렸던 한국 증시는 13일 위안화 절하가 사흘째 이어졌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추가 절하 가능성을 공식 부인한 영향이 크다. 그동안 다소 과민하게 반응하던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지에 대해선 예측이 분분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99포인트(0.40%) 오른 1983.46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3차 위안화 절하 소식에 1966.02까지 내려갔다가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이 추가 절하 여지가 적다고 밝히면서 오름세로 바뀌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연속적인 위안화 절하에 과도한 반응이 나왔다가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낙폭 과다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도 지수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지수는 14.16포인트(1.97%) 급등한 731.36으로 장을 마쳤다. 위안화 절하로 이틀간 30원 가까이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16.8원 급락한 1174.0원으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와 원화 가치 급락세가 진정된 것처럼 증시 전문가들의 형세 판단도 “지나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식으로 한층 차분해진 모습이다. 지금의 위안화 약세를 중국이 ‘환율 전쟁’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시장 지향적 환율 고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KB투자증권 문정희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 정책의 변화는 고시 환율과 시중 환율의 괴리를 축소시키는 과정”이라며 “위안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예상되나 환율 전쟁과 같은 전면적인 부양 기조의 위안화 약세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위안·달러 환율이 당분간 6.50위안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환율은 6.4010위안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도 “신흥시장 불안과 중국 경기 부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당장 현실화되지 않을 극단의 공포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 또한 경계의 대상”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시작됐다는 등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불안이 중첩되면 신흥국 금융 불안이 확산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비책을 세워놨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적 영향력이 큰 중국이 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다 보니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수출 경쟁력이나 자본 유출 측면에서 영향을 받겠지만 영향이 상당히 복합적이어서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위안화 변동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점검회의를 주형환 1차관 주재로 열고 “국내외 시장 동향 및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24시간 점검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선 단기적인 위안화 움직임보다는 중국의 수출 및 실물경기 동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열고 위안화 절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의 영향을 점검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中 “추가 절하 없다”… 증시, 충격 이틀만에 진정
입력 2015-08-14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