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사는 32세 김지훈(가명)씨의 현재 직업은 ‘취업준비생’이다.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다니던 김씨는 졸업을 늦춰가면서 행정고시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뒤늦게 취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졸업 후 2년이 다되도록 대형마트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 외에 제대로 된 돈벌이를 해보지 못했다.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할 일 등이 생길 때면 민망하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한다. 김씨는 “지금은 부모님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사실이지만 (이 상태로는)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이 대졸자의 절반을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0년 8월과 2011년 2월에 대학(2년·4년제)을 졸업한 1만7376명을 대상으로 2012년 9월 기준 직업상태 등을 조사한 내용을 13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1.1%가 졸업 후 18개월∼2년 캥거루족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5%는 부모와 동거하면서 용돈도 받았고, 35.2%는 부도와 동거는 하지만 용돈은 받지 않는 형태의 캥거루족이었다. 부모와 따로 살면서 용돈을 받는 이들도 5.4%였다. 캥거루족 중에서 기혼자도 14.0%에 달했다. 전체 대졸자 중 결혼을 하고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이들이 7%가 넘는다는 얘기다.
캥거루족 현상은 결국 청년층의 취업난과 낮은 일자리 질 등과 직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비(非)캥거루족의 79.4%가 상용직(정규직) 근로자인 반면 캥거루족은 정규직 비율이 47.6%에 그쳤다. 반면 임시일용직이나 비취업자 중 캥거루족의 비중은 각각 14.7%, 34.6%로 비캥거루족(10.3%, 7.6%)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공계열별로 보더라도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취업자의 임금 수준도 높은 의약계열(31.5%) 공학계열(43.0%)에서는 캥거루족이 월등히 적었다.
또 성적 위주로 전공을 선택한 경우 58.1%가 캥거루족이 됐지만 취업 위주로 선택한 경우에는 캥거루족 비율이 45.4%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오호영 연구위원은 “취업을 고려해 진로를 준비하는 것이 대학 졸업 후 청년층 자립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목마른 일자리… 대졸자 절반 ‘캥거루족’
입력 2015-08-14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