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해방은 더불어 사는 세상… 북한동포 사랑 말보다 행동으로”

입력 2015-08-14 00:12
서울역광장신생교회, 해돋는마을,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와 노숙인들이 13일 낮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형제들과 함께 드리는 제70주년 광복절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아무리 힘들어도 일제 치하에서 신음했던 우리 조상들보다 낫습니다. 아무리 햇볕이 따가워도 대한민국 만세를 자유롭게 외칠 수 있어 좋습니다.”(노숙인 황윤근 집사)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낮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푹푹 찌는 한여름 폭염이 계속됐지만 ‘노숙형제들과 함께 드리는 제70주년 광복절기념예배’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뜨거운 햇볕 아래 앉아 있는 게 힘들었지만 파란색 종이 모자를 눌러쓴 노숙인들은 연신 부채를 흔들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말고 권하지도 말자, 술은 원수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칠 때는 얼굴마저 상기됐다.

예배 후 이어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기립해 애국가와 광복절 노래를 부르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겼다. 예배를 주관한 서울역광장신생교회(김원일 목사), ㈔해돋는마을(이사장 김영진 장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역사왜곡과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등 일본의 반역사적 행태를 규탄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광복 70주년을 맞는 우리는 아베 일본 총리가 3불(不) 헌법의 폐지를 통해 자위대가 해외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아베전쟁법’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선행돼야 함을 일본 정부에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남선 예장합동 총회장은 ‘다 이긴 요셉’(창 39:23)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셉은 믿음이 확고한 사람으로 하나님이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다”며 “하나님은 이기게 하시는 분이시다. 예수를 바라보고 하나님 말씀을 따라 생활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해돋는마을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광복 70주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아직도 한반도는 나뉘어 있고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하며 남북이 대결하고 있다. 말로만 동족을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북한동포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진수 전 한성대 총장, 윤대희 전 연세대 부총장, 박무용 예장합동 부총회장 등 참석자들은 안형준 건국대 교수의 구호에 따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교계 인사들은 노숙인들에게 불고기, 통닭 등을 담은 도시락을 배식했다. 이날 모아진 헌금은 북한 구호단체인 국제사랑재단을 통해 북한 결식아동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축사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진정한 해방은 이 땅에 빈부격차와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더불어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공평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손을 맞잡고 힘을 합치자”고 권면했다.

예배에 참석한 노숙인 김기광(가명·57)씨는 “거리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노숙인이라 해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며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서울시지부와 국제사랑재단, 디딤돌사랑방선교회 등이 협찬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