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日, 반성 없이 군사대국화… 동아시아 긴장 조성”

입력 2015-08-14 02:25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등 한·미·중·일·유럽의 주요 인사 97명이 ‘2015 동아시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은 전쟁 및 무력행사를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 수호와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하루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전 총리 등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선언을 통해 “20세기 초 이래 동아시아 침략전쟁 주역이 됐던 패전국 일본이 과거에 대한 명확한 반성 없이 군사대국으로 나서고 있어 동아시아의 갈등구조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 평화를 설계하는 근간이었던 일본 평화헌법을 포기하고 (일본이) 군사대국이 되는 것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헌법 9조에 대해 “동아시아 평화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며, 불행한 과거사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일본의 양심을 대변하는 이들과 함께 우리는 평화헌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함을 천명한다”고 했다.

전후 50주년 당시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죄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직접 참석하지 못한 대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어떻게든 (헌법 9조는) 지켜져야만 한다”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무라야마·고노 담화 등을 언급하며 “이런 마음의 표현은 (일본이) 상처 입은 나라들의 국민께서 ‘그만두어도 좋다’라고 하는 시기가 올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선언은 이밖에도 한반도 분단 상황과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한·미·일이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담하게 협상하라는 제안도 했다.

평화선언에는 고건 전 총리, 이만섭 김원기 김형오 박관용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용훈 전 대법관, 한승헌 전 감사원장,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참여했다.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 조직위 이부영 위원장, 시인 고은 신경림씨, 소설가 이문열 황석영씨,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교수 등도 함께했다.

해외에선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리 자오싱(李肇星) 전 중국 외교부장, 월터 먼데일 전 미국 부통령,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 관계대표단 회장,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 등도 같이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