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 도둑’ 훔친 돈으로 책 1만권 사 읽어… 304차례 절도 50代 구속

입력 2015-08-14 02:03
드라이버 하나로 300여 차례 빈 사무실을 털어 그 돈으로 책 1만권을 사들인 ‘독서광’ 도둑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방범 시설이 취약한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현금 등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윤모(50)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윤씨는 지난 1일 서초구 반포대로의 A법무법인 사무실 출입문을 드라이버로 열고 침입해 700만원을 훔치는 등 2010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304차례 절도행각을 벌였다.

윤씨는 사전답사를 통해 CCTV 등 방범시설이 없는 사무실을 골라 심야나 점심시간을 노려 범행했다. 평소 방범시설 설명서를 구해 읽고 연구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하기도 했다.

직업이 없는 윤씨는 훔친 금품을 생활비와 도서 구입비로 썼다. 일반 소설부터 범죄 관련 도서, 무협지, 자서전 등 그가 사들인 책은 1만권이나 됐다. 구입한 책은 대부분 읽고 버렸지만 부산의 한 도서관에 수백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책을 워낙 많이 사서 대형서점 직원들이 나를 알아볼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검거된 종로구 낙원동의 한 여관에서도 범죄 관련 도서 4권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범죄 관련 책이나 대도(大盜)의 자서전 등을 읽으며 추적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한 것 같다. 검거됐을 때 형사에게 ‘어떻게 나를 찾았냐’고 질문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