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먀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옛 형무소)을 찾아 무릎까지 꿇고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일본 전현직 총리가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것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두 번째지만, 순국선열 추모비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 ‘하토야마의 무릎 사죄는 일본의 가장 존엄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 이후 전쟁 희생자 묘지 앞에서 반복해 무릎을 꿇은 독일 지도자들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라도 지금까지 일본의 정치 지도자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사죄의 제스처로 평가할 만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독립운동, 만세운동에 힘쓴 유관순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이곳에 수용돼 고문을 당했고 가혹한 일이 벌어졌으며 목숨까지 잃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14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일본이 한국을 식민 통치하고 중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을 침략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로 담겨야 한다”면서 “당연히 반성과 사죄의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아베를 압박했다.
앞서 하토야마 외에도 간 나오토, 호소카와 모리히로, 무라야마 도미이치, 하타 쓰토무 등 전직 총리 5명은 아베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집단자위권 행사 관련 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간 전 총리는 “입헌주의를 위반하면 민주주의 국가의 총리 자격이 없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아베 총리를 몰아붙였다. 호소카와 전 총리도 “일본의 발전과 국제적 지위는 평화헌법 덕택”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데도 집단자위권 법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베는 일본 국민 다수와 전 총리들의 경고를 새겨듣고, 동아시아판 화해의 역사를 새로 여는 데 협력해야 한다.
[사설] 아베 日 총리는 하토야마 前 총리의 무릎사죄를 보라
입력 2015-08-1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