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원칙-경제인 사면 폭’ 고심 흔적… 엄격한 잣대 적용

입력 2015-08-14 02:19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단행한 제7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이번 사면은 생계형 사면을 위주로 해 다수 서민과 영세업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했다”며 “당면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업계, 소프트웨어업계 등과 일부 기업인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사면을 위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쪼록 이번 사면이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함으로써 새로운 70년의 성공 역사를 설계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면과 관련해 언급한 것처럼 이번 사면은 경제 살리기 차원의 일부 경제인 사면 외에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한 사면’ 원칙을 지킨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 사면 방침을 천명하면서 국민 대통합과 국민 사기 진작, 국가 발전을 사면 원칙으로 삼았다. 자신이 강조해 왔던 정치개혁 의지에 따라 비리 또는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과 공직자는 처음부터 사면 대상에서 배제했고, 경제인 역시 최소 수준으로 결정했다. 대신 사면 기준은 사회 지도층이 아닌 중소기업인이나 서민을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이에 따라 재계 총수 중 실제 사면된 인사는 사실상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 명뿐이다.

박 대통령이 평소 사면에 대해 엄격한 기준과 원칙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사면관(觀)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국민적 공감대에 맞춰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원칙을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이번 사면에는 특히 박 대통령 또는 청와대 비서실이 사면 대상자를 먼저 특정해 법무부에 내려보내지 않았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청와대로부터 (사면 대상자) 명단이 내려오지 않은 사면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을 법무부 사면업무 실무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른바 ‘쪽지 사면’은 없었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또 “이는 대통령의 원칙과 철학을 청와대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설정한 사면 기준은 사회 지도층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면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이른바 ‘성완종 파문’ 당시엔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경제도 어지럽힌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대한민국이 새 출발하고 국민적 사기를 진작시키자는 취지에서 사면을 단행한 만큼 앞으로는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