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노동개혁] ‘워크 셰어링’하면 일자리 느는데… 비용은 누가?

입력 2015-08-14 02:59
경북 영천의 산업용 특수원단 제조업체 한스인테크는 2012년 생산라인 2조 2교대 근무를 3조 2교대로 개편했다. 직원 1인당 주 66시간이던 근로시간이 51.3시간으로 줄었다.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줄어든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근무조 1개 인력인 8명을 새로 고용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임금은 10%가량 삭감됐다. 대신 직원들의 휴일이 1인당 연 52일에서 122일로 늘었다. 회사는 단축된 근로시간을 생산성으로 보완하려 182시간의 직원교육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동 일수와 생산량이 각각 18% 늘었다.

야당은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피크제보다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라며 정부에 정책 선회를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 대해 “노동개혁은 필요하지만 방향이 틀렸다. 정규직 임금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늘린다는 건 경제 실패를 정규직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늘리는 더 확실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줄인 기업들…결국 비용 분담의 문제=대전의 인조대리석 및 공업용왁스 제조업체 라이온켐텍은 주야간 맞교대로 하루 10시간씩 주 6일 근무하던 곳이었다. 직원 1인당 주 60시간 넘게 일했다. 그러다 2013년 수차례 노사 협의를 거쳐 ‘저녁이 있는 삶’과 ‘고용 확대’를 이뤄냈다.

노사는 인조대리석 공정을 3조 2교대, 왁스공정을 3조 3교대로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전제조건은 30여명 신규 채용. 1인당 주 48시간으로 근무시간이 확 줄었다. 그만큼 초과근로수당이 감소하게 되자 회사는 기본급을 10% 인상해 감소분의 50%를 보전해줬다.

전북 임실의 한 금속조립업체는 2013년 2조 2교대에서 3조 2교대로 전환하며 정부 지원 컨설팅을 통해 158명을 지속적으로 새로 채용했다. 그 결과 이전에 비해 매출액이 13% 증가했고 근로시간은 주 61시간에서 51시간으로 10시간 감소했다.

충북 진천의 육류가공업체 체리부로는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사업 지원을 받아 생닭을 가공하는 생산직원을 15명에서 38명으로 늘렸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변경하면서 23명을 추가 고용했고, 고강도 업무로 연 50%에 달하던 이직률을 15%까지 낮췄다.

이렇게 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용은 확실히 늘어난다.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이고 이전처럼 생산하려면 근로자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쉬운 해법이다. 그러나 기존 근로자는 일을 적게 하는 만큼 급여가 줄어들고, 기업은 신규 채용에 수반되는 선발비용, 4대 보험 및 퇴직금, 복리후생비용 등에 부담을 느낀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은 추가 고용에 수반되는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 노사가 어떻게 분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재계 “중소기업 엄청난 타격” vs 노동계 “저임금 구조부터 개선해야”=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의 최장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정상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키겠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면 최장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특근과 잔업으로 생산량을 맞추던 기업들은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

재계의 반발은 거세다. 신규 채용에 수반되는 비용도 버겁지만 일감이 줄어들 때 이미 채용한 인력을 해고할 수 없기에 더 부담스럽다. 재계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중소기업은 자칫 생산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만큼 초과근무수당이 줄어드는 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현재의 ‘저임금 상태’도 같이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본급으론 살기 어려운 현실을 놔둔 채 연장근로만 없애면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실도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고 있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부담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켜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저하하고 전체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도 중소기업의 부담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사용자나 노동자에게 맡길 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토건 사업 등에 투입하는 예산을 줄여 일자리 창출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 영세기업을 지원할 방법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홍석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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