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 전승 70주년(전승절) 행사에 참석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10월 16일) 계획을 두 달이나 앞두고 서둘러 발표한 것이 방중 확정을 위한 정지작업 수순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일, 한·미 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았겠지만 국익 차원에서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전승절의 정확한 명칭은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승리 70주년 기념식’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연합국 자격으로 참전해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자다. 그런 공동의 역사를 가진 중국이 초청한 것을 우리가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전승절 행사가 지금의 자유 민주국가 일본에 맞서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 문제가 없다. 어쩌면 침략의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질주하는 아베 정부에 우리가 앞장서서 경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한·미 관계다. 미·중 두 강국이 각축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의 ‘중국 군사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전통적 우방이자 군사 동맹국인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전승절 참석은 균형외교 차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다고 해서 중국과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미국과 크게 소원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정도로 관계가 악화될 수준이라면 동맹국이라 하기 어렵다. 정부가 박 대통령의 방미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측에 충분히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 믿는다.
외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국익을 제1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현재와 미래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철천지원수라도 화해의 악수를 건네는 법이다. 한때 맞서 싸웠던 중국이 우리에게 최대 교역국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경제 회생을 위해서나 북핵 해결을 위해서나 중국과 더 긴밀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미국을 섭섭하게 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박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설] 박 대통령의 中 항일 전승행사 참석, 문제 삼는 게 문제
입력 2015-08-14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