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복절 특사, 국민대통합의 도약대 돼야

입력 2015-08-14 00:50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임기 중 두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지난해 설 특사가 주로 서민·생계형 범죄 구제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8·15 광복 70주년을 맞아 단행된 이번 특사는 이들 범죄는 물론 재벌 총수까지 포함시켜 범위를 보다 확대한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광복절 특사로 대기업 총수 및 임원 14명 등 6527명이 특별사면·감형·복권됐고 운전면허 취소,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를 받은 220만6000여명 또한 제재 특별감면의 혜택을 받게 됐다.

특사 대상자 면면에서 국민대통합과 사기진작, 경기회복을 바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땅콩 회항 사건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부자 간 골육상쟁 등으로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를 고려해 대기업 총수 사면을 최소화한 반면 생계형 사범과 중소·영세 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관용의 폭을 넓힌 것이 그렇다.

부패 정치인을 특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하다.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지금까지 정치인 특사는 여야의 밀실 흥정으로 필요 이상으로 남발됐던 게 사실이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온갖 범죄와 비리에 연루되고도 때만 되면 사면·복권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치 현장으로 복귀하는 구태를 반드시 바로잡아 법의 공평함과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에게도 일반인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때 비로소 법치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재계는 특사를 환영하면서도 재벌 총수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포함된데 서운해하는 눈치다. 대통령도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보다 많은 재벌 총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총수 본인과 기업에 있다. SK그룹은 형에 이어 동생 최재원 부회장까지 사면·복권됐다면, 한화그룹의 경우 이미 두 차례나 사면을 받은 김승연 회장이 이번에 또다시 사면 대상자에 이름이 오르면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K와 한화그룹은 특사 결과와 관계없이 청년일자리 창출 등 국민과 한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만 사면 대상에 횡령, 배임 등 경제사범을 다수 포함시키면서 4대강사업, 용산재개발사업 등 정부와 지자체 정책에 반대시위를 벌인 ‘사회사범’을 제외한 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포함됐다면 광복 70주년의 의미가 더욱 새롭고, 국민대통합 정신에도 부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형평성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특사 기준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 특사에 부정적인 박 대통령이 소신을 접고 특사를 단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광복 70년의 기쁨을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국민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데 있다. 국민이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