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느는데 수리비 비싸… 공부 나선 카센터 사장님들 “수입차도 동네 정비소에 맡기세요”

입력 2015-08-14 02:42
서울지역 정비소 대표들이 12일 저녁 서울 금천구 서울시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사무실에 모여 SK 네트웍스가 진행하는 수입차 정비 입문교육을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서울지역 교육은 11∼12일 양일간 진행됐다. SK 네트웍스 제공

동네 자동차정비소 사장님들이 수입차 공부를 시작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입차들을 동네 정비소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착한 가격’과 편리함을 무기로 비싼 가격 및 긴 대기시간으로 악명 높은 수입차 공식 서비스센터들과 경쟁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1일 저녁 서울 금천구 서울시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강의실에는 40∼60대 정비소 사장님 50여명이 모여들었다. 자동차 관리 브랜드인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와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카포스)가 공동으로 시작한 ‘수입차 입문교육’을 듣기 위해서다. 강사가 수입차 구조를 몰라 에어컨 필터 교환을 하지 못한 사례를 소개하자,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서울 가리봉동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이휘진(48) 사장은 “지금까지는 수입차들이 들어오면 대부분 돌려보냈다”며 “갈수록 수입차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어 교육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정품 부품을 사용해야 하고,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비 받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동네 정비소업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사장은 “여기 교육받으러 온 분들 중에는 자동차 기능장들도 여럿”이라며 “수입차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게 문제이지, 정비기술은 뛰어난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교육과 공부를 통해 수입차 구조에 익숙해지고 수입차 부품만 제대로 공급되면, 동네 정비소도 수입차 정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건당 수리비 지급액은 국산차에 비해 부품비가 약 4.6배였고, 공임은 2배에 달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차량 가격보다 정비와 수리를 통해 이윤을 남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시작돼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입문 교육에는 전국 1200개 동네 정비소가 수강을 신청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었다고 한다. 10월부터는 실제 수입차를 활용한 정비실습과 부품 관련 시스템을 교육하는 2차 교육이 시작된다. SK 네트웍스 윤재영 부장은 13일 “동네 정비소가 수입차에 익숙해지고 부품들이 제대로 공급되는 것이 동네 정비소의 수입차 정비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스피드메이트는 교육과는 별개로 지난해 9월부터 전국 170개 자체 가맹점을 중심으로 수입차 경정비 사업을 시작했으며, 수입차 부품 수입 사업도 시작했다. 수입차 정비·수리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도 마련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자동차 대체부품제가 시작됐고, 진단기 등 수입차 정비 장비를 동네 정비소가 마련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