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고속도로 통행료

입력 2015-08-14 00: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탈리아는 1924년 ‘아우토스트라다(Autostrada)’라는 길이 30㎞짜리 고속도로를 세계 최초로 개통시켰다. 하지만 구간 길이가 너무 짧아 통상적으로 세계 최초라고 하면 32년 완공된 독일 쾰른∼본 사이의 ‘라이히스아우토반(Reichsautobahn)’을 꼽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는 68년 12월 개통된 경인고속도로다. 그렇지만 고속도로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린 것은 70년 7월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다. 경인고속도로가 23.9㎞에 불과하지만 경부고속도로는 428㎞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지금 전국에 깔려 있는 고속도로는 총 37개다. 이 중 민자노선은 10개다. 고속도로 통행료의 ㎞당 단가는 소형차 41.4원, 중형차 42.2원, 대형차 43.9원, 특수화물차 69.6원으로 책정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속도로가 유료인 나라는 일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다. 환율, 물가 등을 감안할 때 우리의 통행료는 이들 나라보다 저렴한 편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4일 0시부터 24시 사이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다. 이 시간 고속도로에 진입하거나 진출하는 모든 차량은 무료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1969년 한국도로공사 창립 후 처음이다. 민자(35억원)를 포함해 약 184억원의 통행료가 이날 하루 면제될 것이라고 한다. 매년 발생하는 면제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내수경기 활성화 목적과는 별개로 만성부채에 시달리는 도로공사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도로공사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 26조4000억원이다. 정부가 도로공사 손실분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언젠가는 통행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자 손실분은 내년에 세금으로 보전된다. 결국 이번에 발생한 손실분은 나중에 가면 국민 호주머니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세상에 공짜 밥은 없는 법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