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이창교] 먹방유감과 교회유감

입력 2015-08-14 00:20

요즘 TV 프로그램의 대세는 ‘먹방’이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을지에 대한 방송이 넘쳐난다. TV는 사회의 성향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을 편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은 곧 광고와 연결되기에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생긴 현상이 먹방의 홍수다.

1857년 독일 통계학자 엥겔이 가계 지출을 조사한 결과 저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음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엥겔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총 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지수라고 한다. 엥겔지수로만 따진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선진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수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TV 방송만 놓고 본다면 마치 한국 사람들은 먹는 것에서 만족을 얻고 열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먹방에 너무 편중되어 있는 방송사들의 편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방송사의 편성은 사회적 관심을 긍정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도 있다. 시청률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자 애쓴다면 보다 유익하고 가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삶의 가치를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력한 매체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매년 6∼7월은 해외에 나가 있는 선교사들이 파송교회를 방문해 선교보고를 하는 시기이다. 우리 교회에도 두 달 동안 6명의 선교사가 방문해 선교보고와 간증을 나누었다. 그들 중 3명은 평신도 전문인 사역자다. 한 명은 세계적인 과학자로서 주님의 부름을 받아 세상의 모든 명예와 영광을 버리고 중국의 엘리트 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또 한 명은 대학병원 교수직을 포기하고 중국과 북한 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마지막 한 명도 의사로서 명예와 풍요로운 삶을 버리고 온 가족이 아프가니스탄과 모로코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명예와 풍요로운 삶을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도 바울의 권면처럼 위의 것을 찾았고, 위의 것을 찾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골 3:1). 이것이 거룩함이다. 교회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세상을 향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거룩함을 가져야 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좁은 문, 좁은 길로 가라고 하신 것도 세상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 것을 요구하신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거룩하지 못한 모습들 때문이다. 교회를 향한 세상의 기대는 거룩함이다. 적어도 교회는 우리와 달라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세상이 탐닉하는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로부터 자유하지 못한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보면서 비판하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사명이다. 만약 이 땅의 모든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땅의 것을 버리고, 위의 것을 찾는 삶을 산다면 교회는 다시금 세상을 향한 영향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