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맞은 뒤에야… 野 “방탄국회는 없다”

입력 2015-08-13 03:16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1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독립을 향한 여성 영웅들의 행진’ 전시회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인 오희옥 여사(가운데)와 함께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김 대표 왼쪽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구성찬 기자

여야는 1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12일 합의했다. 애초 새정치연합이 본회의 일정 협의에 미적거려 ‘방탄국회’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난 다음이다.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의결정족수에 미달되거나 표결 결과 부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았다. 이 수석부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표결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새정치연합 내부 분위기는 엇갈렸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 등은 원칙적 대응을 강조한 반면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불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동정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본인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여당 단독처리 의사를 밝히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여야가 어렵사리 본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체포동의안 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원들이 외유 중이거나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 의결정족수를 채울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결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표결 결과와는 별개로 새정치연합은 ‘박기춘 사태’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겉으로는 “방탄국회는 없다”면서도 정작 본회의 의사일정 협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금 2억7000만원과 해리스 밀턴, 위블로 등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시계를 받은 박 의원의 혐의가 재판을 통해 공개됐음에도 “자수했다” “총선 불출마와 탈당 선언을 했다”며 온정적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제 식구 감싸기’는 성 추문을 일으킨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던 모습과 전혀 다른 이중 잣대란 비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도 국회 정론관에서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자당 소속 의원이 저지른 거액의 불법자금 수수에 대해선 흔한 논평 하나 내놓지 않았다. 지도부가 미온적 대응을 하면서 당내 초·재선 그룹인 ‘더좋은미래’는 원칙적 표결을 요구하는 성명을 준비하기도 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에 대한 공작 차원의 검찰 수사라면 정면 대응하겠지만 이번은 사안이 다르다”며 “성추문이 됐든 금품수수가 됐든 국민의 시각에서 원칙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당이 이중적이라고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신뢰의 자산을 쌓기 위해서는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