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지연(가명·53·여)씨는 최근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월 60시간 미만 일한 직원에 대해서도 기준에 맞으면 국민연금 지원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연금 지원 대상 확대 발표 때문이다. 정부 방침대로면 바쁜 점심시간에 2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일용직 아주머니도 이제 국민연금 보험료를 함께 부담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겠다더니 돌아온 게 이런 것인가 싶었다”면서 “최저임금도 내년에 오른다는데 점점 장사는 그만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감당 못하는 사업체 넘치는데…대상만 확대?=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초단시간 근로자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표했다. 현재는 한 사업장에서 60시간 이상 근로할 경우 일용직, 기간제 근로자 등과 무관하게 국민연금 직장가입자가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부터는 한 사업장에서 근로한 시간이 60시간에 못 미치더라도 두 곳 이상에서 총 일한 시간이 60시간 이상이 되면 직장 가입자가 되도록 했다. 직장가입자가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 월 급여의 9% 중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해줘야 한다. 청년과 고령층, 여성 등을 중심으로 한 주당 18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근무하는 소위 ‘초단시간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이 열악한 자영업자, 중소 사업체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통계청·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대기업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95.6%였던 반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가입률은 64.1%에 불과했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갈 경우 가입률은 29.1%로 급락한다. 영세 사업체일수록 단시간 근로자가 많은 데다 의무 가입 대상인 경우를 모르거나 보험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위법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부실 창업의 급증, 장기간의 경기침체에다 최근 메르스 사태 등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특히 악화되고 있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본인 인건비도 남기기 힘든 상황에서 고용을 창출할수록 부담만 커지는 것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회보험은 ‘연대’ 불가피…두루누리사업 확대 등으로 지원해야=그러나 4대 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은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라면 근로자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보험을 함께 감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법망을 피해 지키지 않는 사업체에 대한 단속 등을 강화해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직장 보험 가입을 잘 지키는 사업장의 박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월 소득 140만원 미만)를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높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두루누리사업 지원 대상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보험료의 절반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면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안 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생각해 봅시다] 초단시간 알바생도 국민연금 가입된다는데… “영세사업자는 어쩌라고”
입력 2015-08-13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