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0시5분쯤 서울 지하철 6호선 증산역 앞을 지나 새절역 쪽으로 영업용 택시를 몰던 김모(39)씨가 급정차했다. 뒤따라오던 스타렉스 승합차도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정차는 스타렉스를 겨냥한 ‘공격’이었다. 김씨는 스타렉스가 상향등을 켠 채 바짝 붙어 운전했기 때문이라고 경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김씨가 브레이크를 풀고 다시 출발하자 이번에는 스타렉스가 쫓아왔다. 두 차량은 약 300m 앞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려 나란히 멈춰 섰다. 스타렉스 운전자 한모(46)씨는 창문을 내리고 김씨 쪽으로 침을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다음 교차로에서 김씨는 문을 열어젖히고 나왔다. 사이드미러로 김씨가 다가오는 걸 본 한씨도 덩달아 내렸다. 한씨가 우산을 휘두르자 김씨는 택시 트렁크에서 차 유리를 닦는 와이퍼를 꺼내왔다. 그는 길이 45㎝쯤 되는 이 쇠막대를 들고 스타렉스에 달려들었다. 앞 유리와 운전석 유리창을 수십 차례 내려치고 사이드미러와 문짝을 걷어찼다. 난동은 5분간 이어졌다.
현장에서 도주했던 김씨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폭행·협박·재물손괴와 형법상 일반교통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급정거와 폭력행사 사실은 인정하지만 모두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다. 반성하는 기미가 없고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한씨도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보복운전 집중단속을 벌여 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2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기간 경찰이 적발한 보복운전은 273건으로 하루 평균 8.8건이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전체 125건, 하루 평균 3.2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5%나 늘었다.
한 달간 적발한 보복운전의 주된 이유는 진로변경(47.6%), 즉 끼어들기였다. 경적이나 상향등을 사용한 것 때문에 벌어진 보복운전이 27.1%로 뒤를 이었다. 보복운전 방법은 53.5%가 고의 급제동이었다.
지난 6월 24일 전남 무안 신기마을 앞에선 1t 화물차를 몰던 일용직 김모(56)씨가 추월을 허락하지 않는 다른 화물차에 보복하려고 5㎞가량을 추격하기도 했다. 그는 9차례 급정차하고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 상대 화물차에는 운전자 송모(56)씨 외에도 40대 여성이 함께 타고 있었다.
김씨는 같은 달 29일과 지난달 8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보복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6월 29일에는 동네 사람인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못을 뽑을 때 쓰는 작업공구를 들고 찾아가 휘둘렀다. 김씨 역시 폭력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은 하반기에도 보복운전 단속을 이어간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복운전은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로 ‘흉기 등 폭력’ 단속 분야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보복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취소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등 관계법령 개정할 계획이다. 피해자라도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범칙금을 부과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도로서 욱!… ‘끼어들기’ 못참은 보복운전이 최다
입력 2015-08-13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