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사건 법정서 불꽃 공방 예고

입력 2015-08-13 02:18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피의자 박모(82) 할머니를 곧 구속 기소할 예정이지만 범행을 입증할 확실한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지청장 신영식)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박 할머니 보강수사를 마무리하고 15일까지 박 할머니를 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검찰이 휴일 등을 고려해 이르면 13일 박 할머니를 기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14일 오후 2시43분쯤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고독성 살충제를 사이다에 넣어 이를 나눠 마신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범행을 부인하는 박 할머니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해 허위진술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박 할머니의 자백이나 직접증거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직 범행 동기와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살충제의 구입 경로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또 드링크제 병, 사이다 페트병, 살충제 병 등에서 피의자 지문을 확보하지 못했다. 박 할머니 역시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로도 유죄 입증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검찰은 박 할머니의 상의, 바지 주머니·밑단, 전동스쿠터 손잡이·바구니, 지팡이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범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광범위하게 농약이 검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살충제를 담았던 드링크제 병이 박 할머니 집에서 발견된 점과 유효 기간이 같은 드링크제 9병이 발견된 점도 주요 증거로 내놓았다.

이밖에도 119구급대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서 박 할머니가 살충제 사이다를 마시고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온 신모 할머니를 따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점 등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박 할머니가 범인이라는 직접증거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 할머니가 일부 주민과 농지임대료 때문에 다퉜다고 하지만 3∼4년 전 일이고, 10원짜리 화투를 치면서 싸웠다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살해 동기로는 너무 약하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허위 진술 부분은 박 할머니가 고령에다 사건의 충격으로 기억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할머니들이 의식을 회복한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피해 할머니 4명 모두 의식을 찾았고 3명은 퇴원한 상태다. 의식을 찾은 민모(83) 할머니가 경찰조사와 달리 박 할머니 진술이 맞는다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건강을 회복한 피해 할머니들의 진술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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