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또 위안화 평가절하] 中이 연 ‘판도라의 상자’… 신흥국들 떤다

입력 2015-08-13 02:48

중국이 자국 수출 경기를 살리고자 위안화 가치를 연 이틀 큰 폭으로 내리자 한국 증시가 휘청거리고 원화 가치도 급락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에는 재앙이라며 중국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 악재인 것은 분명하나 중국의 의도대로 수출 경기가 살아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는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12일 코스피지수는 1970선으로 주저앉았고 코스닥지수는 장중 700선이 무너졌다. 약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한때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위안화 추가 절하 소식이 전해진 뒤 분위기가 돌변, 195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은 690선까지 빠졌다가 막판에 낙폭을 줄여 710선에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190원대로 올라서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초 위안화가 추가 절하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를 뒤엎고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절하되자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위안화 절하는 긍정과 부정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일단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 경기 부양 효과라는 긍정적인 면보다 신흥국 불안 증폭이란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위안화 절하가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게 되면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997억원어치를 내다팔면서 6거래일째 순매도를 지속했다.

KDB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1994년 위안화가 절하된 이후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며 “위안화 절하는 아시아 자산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도 “(중국이) 주변국의 자국 이기주의를 불러와 환율전쟁이 촉발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기자본(핫머니)이 급격히 유출돼 중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부실 문제가 터지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 이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수출 가격경쟁력 제고가 기대되는 자동차주는 급등한 반면 화장품·면세점·음식료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의 주가는 크게 내렸다.

당분간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낙관론을 폈다. 최 부총리는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수출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실제로 중국의 수출 증가가 나타난다면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에서 중간재가 대부분인 만큼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환 당국도 동요하는 시장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위안화 절하의 긍정적 측면도 있는데 현재 국내 증시는 부정적 측면에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냉철하게 영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도 “(위안화 환율 조정에 의한) 변화 초기 자산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피하기 어렵지만 초기 불확실성이 진정된 이후에는 신흥국 내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고 한국의 차별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