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애국심이 컸던 건 아니에요.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라 고민하다 보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온 국민의 손에 태극기를 쥐게 하겠다는 포부로 태극기 모형의 휴대전화 이어폰 캡을 만든 청년들이 있다. 장인수(26) 안유림(23·여)씨는 같은 대학의 창업 관련 수업에서 처음 만나 졸업을 유예하고 반년 전부터 함께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장씨가 디자인, 안씨가 기획을 맡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앳된 모습의 두 CEO(최고경영자)를 만났다.
“지난해 3·1절 새벽 전철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봤어요. 한 아파트 단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베란다에 태극기가 하나도 안 걸려 있더라고요. 맞은편 승객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보면서 ‘저기에 태극기가 걸린다면 어떨까’ 생각했죠. 요즘은 누구나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다니잖아요.”(장씨)
이어폰 캡은 휴대전화의 이어폰 꽂는 구멍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꽂아두는 마개다. 이를 태극기 모양으로 만들면 휴대전화마다 태극기가 꽂혀 있지 않겠냐는 게 이들의 아이디어였다. 제작에 나선 두 사람은 금형(틀) 만들기만 8번이나 반복했다. 가로 2.8㎝, 깃대를 포함한 세로 3.9㎝에 태극기의 가로, 세로, 대각선 비율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이름을 ‘달다, 쓰다 태극기’로 정했다. ‘태극기를 달고 쓰자(사용하자)’는 의미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만 반짝하며 ‘달다고 먹고 쓰다고 뱉는’ 일회용 애국심에 일침을 가하려는 마음도 담았다.
청년들의 패기는 놀라웠다. 제품 홍보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무작정 찾아가 함께 제품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장씨는 “직접 찾아가거나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 아이돌 그룹 포미닛, 비스트, 배성재 아나운서 등에게 제품을 전달했다”며 “이들의 휴대전화에 태극기 이어폰 캡이 꽂힌 모습을 보고 젊은층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약 2만개가 팔려나갔다.
두 사람의 회사 이름은 ‘그래두(GREDOO)’다. 긍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그래’에 ‘하다’란 뜻의 영어 동사 ‘두(Do)’를 붙였다.
“항상 ‘왜’를 생각해보려 해요.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합니다. 이번엔 ‘태극기 게양률이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지만 자살률, 노인 문제, 동물권 등에도 관심이 있어요. 궁극적으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장씨)
두 사람에게도 이번 광복 70주년은 뜻 깊다. 안씨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의 특별기획전 ‘광복 70년, 그날 기억을 따라’ 주최 측에서 3000개를 주문했고 당일에는 인천시 행사에 초대돼 시민들에게 태극기 이어폰 캡을 나눠준다”며 즐거워했다. 입소문이 나서 미국 본토와 하와이, 유럽에서도 단체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장씨는 “무엇보다 태극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 기쁘다”며 “태극기를 친근하게 여기고 게양하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인터뷰] “모두가 손에 쥔 휴대전화에 태극기 달고 싶어요”… 태극기 모형 이어폰 캡 만든 대학생들
입력 2015-08-13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