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또 위안화 평가절하] 전자·건설·조선 분야 타격 불가피… 中에 중간재 수출 업체는 반사이익

입력 2015-08-13 02:58

중국이 연 이틀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절하하자 국내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장 해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우리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중국경제가 활성화되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는 중국과의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 샤오미 등의 저가 공세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원래부터 중저가 제품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당장 대응을 하긴 어렵고, 신제품·신기술을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의 영향을 안 받도록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건설업계도 고전이 예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이 가뜩이나 싼 인건비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펴고 있는데 우리 건설사들이 더욱 힘든 싸움을 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동남아 등 신흥개발국이 포진한 지역에서의 토목·건축 프로젝트 수주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여서 중국과 부딪히지 않지만 중소 조선사들이 주력하는 중소형 탱커 분야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화장품, 면세점, 항공 등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관련된 소비재 업체들도 울상인 분위기다.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가 국내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성장률이 둔화된 중국 차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의 경기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중국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세계 수출이 늘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우리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우리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등 업종이 수혜 대상으로 분석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