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이틀째 떨어뜨리면서 우리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약세에 이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3중의 환율 공격을 받으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1190.8원으로 3년1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1975.47, 코스닥은 717.20으로 추락했다. 중국의 이번 조처가 한국의 원화 등 신흥국 통화표시 자산 매력 감소를 부추겨 자칫 신흥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긴장하는 것은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자동차와 IT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조선, 전자, 철강, 반도체, 운송 분야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 파고까지 견뎌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심각한 것은 중국의 이번 조처가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경우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계속 내릴 가능성이 높고, 각국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다 보면 결국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현실 인식은 너무 안이한 것 같다. 최경환 부총리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위안화 평가절하가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한국은 완제품 경쟁 관계가 많지 않고,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제 수장으로서 증폭되는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이해되나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중국 경기가 회복돼 우리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을 지닌 중국 제품이 미국과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양국의 수출 경합도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더욱이 원부자재 등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결국 우리 수출기업에 직격탄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눈앞에는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놓여 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회복 국면을 기대하나 했더니 악재만 돌출되고 있다. 일단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리 등 가용 통화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업종별, 분야별 예상 피해 상황을 정밀하게 점검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사설] 中 위안화 절하공세 가볍게 볼 일 아니다
입력 2015-08-13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