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호텔롯데 단독 또는 합병 후 인적분할 유력…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예상 시나리오

입력 2015-08-13 02:05
신동빈 회장이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전환 입장을 밝힌 이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롯데제과가 합쳐져 지주회사로 거듭나거나 호텔롯데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방식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12일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제과가 인적분할을 해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끼리 합병하면 순수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면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만 분할해 호텔롯데와 합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호텔롯데가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대주주 일가의 간접지분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회사 최소지분을 확보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예상 비용은 롯데쇼핑 8000억원, 롯데케미칼 5000억원, 롯데제과 5000억원, 롯데칠성 4000억원 등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호텔롯데가 상장된 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합병하고, 이를 다시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유력한 지주회사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회사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국내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도 살펴보고 있고, 내·외부 전문가의 컨설팅과 그룹 내 태스크포스팀의 관련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러 방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뒤 구체적인 지주회사 전환 방향에 대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대주주 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 최소 2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구성하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핵심 계열사 3곳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후지필름 롯데제과 롯데정보통신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대홍기획 등 6개 계열사의 지분을 해소하면 대부분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진다. 이들 6개사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총 2조45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롯데그룹 계열사의 상장비율은 9.9%에 불과해 10대 그룹 중 꼴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기업공개(상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81개 계열사 중 상장사 수가 8개사에 불과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