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니코틴 중독이 금연을 어렵게 한다는 게 의학계 정설이지만 그 메커니즘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뇌에서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는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연구단 임혜인(사진) 박사팀은 니코틴 중독 생쥐 모델실험을 통해 뇌의 한가운데 ‘하베뉼라 영역’에 위치한 ‘마이크로RNA’가 중독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사람이 흡연 욕구를 느낄 때 스스로 담배를 찾게 되고 이것이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생쥐가 이와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실험 장비를 만들었다. 생쥐가 자발적으로 버튼을 누르면 정맥에 연결된 관을 통해 니코틴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임 박사는 “이런 식으로 하루 1시간씩 2주간 니코틴에 노출시켰더니 발작 등 중독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생쥐의 뇌에서 하베뉼라 영역을 떼어낸 뒤 니코틴 비투여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뉴로트로핀(신경영양인자) 등 5∼6개 유전자군에 두드러진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런 유전자 변화가 ‘마이크로RNA(리보핵산)’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마이크로RNA는 생물의 유전자가 과도하게 혹은 부족하게 활동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 몸속에도 수백개가 존재한다. 임 박사는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RNA는 약물 전달체에 삽입하면 쉽게 몸속에 전달할 수 있어 향후 흡연 중독 치료제 개발이나 금단현상 방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뇌 속 마이크로RNA 니코틴 중독 관여한다”… KIST 임혜인 박사팀 생쥐 실험
입력 2015-08-1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