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출키로 한 시한(13일)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선거구획정위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두 차례나 공문을 보내 시한 내 제출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오는 10월 13일(선거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법에 따라 엄정하게 획정을 마치겠다고 한 정치권의 대국민 약속이 지켜지려면 여야 지도부가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한다.
쟁점은 국회의원 정수 증원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다.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의한 정수 증원은 폭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국민 정서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혹시나 하는 미련이 있다면 당장 버려야겠다.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편중 구도를 일부나마 깰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돼야 한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이 현행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수정 제의함에 따라 논의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자꾸 꽁무니를 빼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좋은 제도지만 정수 증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지도부끼리 논의해보자는 새정치연합의 제안에 정개특위에서 논의토록 하자며 미온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 새정치연합이 정수 유지 조건을 내걸자 이번에는 “유력 정치인이나 특정 계파의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 공천권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을 바꿨다. 새누리당의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호남권에서 얻는 의석보다 영남권에서 잃는 의석이 더 많을 가능성이 훨씬 높긴 하다. 하지만 정수를 유지할 경우 그 차이는 미미하다. 정치발전을 위한 새누리당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사설] 새누리당, 권역별 비례대표제 거부하는 명분 뭔가
입력 2015-08-13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