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오늘처럼 비 오는 날] 장화도 벗고… 우산도 팽개치고… 빗방울과 놀아요

입력 2015-08-14 02:42

여름이 주는 선물 중 하나는 비다. 빗물, 빗소리, 비 오는 날의 정경이 만들어내는 자연이다. 스마트폰과 카톡에 빠진 아이들에게 비 오는 날에는 그 비와 함께 놀아볼 걸 권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비를 좋아하는 소녀다. 바람이 불면 바람 속에서 비 냄새를 맡는 아이다. 그래서 ‘나는 비가 좋아’라고 말한다. 마침 그 날은 남동생과 엄마를 따라 외출하는 날.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가 방문한 그 집에는 마당과 장독대가 있다. 아마도 외할머니 집이 아닐까. 그림책은 그런 동선을 통해 아파트를 벗어난 공간이어야만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비 오는 날의 즐거움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비 오는 날엔 도시 조차도 이 소녀에게는 즐거운 공간이다. 버스 안에서는 차창에 또르르 구르며 빗물이 만들어내는 줄무늬도 재미있다. 차창 밖 뿌옇게 흐려진 채 펼쳐지는 농가의 정경은 시적 정취를 안긴다.

마침내 찾아간 마당 있는 그 집에선 비가 더욱 즐겁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달팽이, 거미줄에 알알이 매달린 빗방울, 비에 맞아 춤추는 나뭇잎, 거기다 화들짝 놀라게 하는 지렁이까지 비 오는 날엔 볼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신이 난 남매는 장화도 벗고, 우산도 팽개친 채 마당을 뛰어논다. 비가 만들어내는 웅덩이를 첨벙첨벙 뛰어다니는 건 놀이공원보다 재미있다.

그림책이 주는 깊이는 아이가 갖는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는데 있다. “그런데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잘 있겠지? 동지속의 알들, 나비와 애벌레, 무당벌레, 콩벌레 모두 모두 잘 있겠지?”

흑백 풍경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우의와 우산만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원색으로 표현한 방식이 경쾌하다.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