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혈액 부족 현상에 대한 의료 관계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헌혈의 80%를 차지하는 군인과 학생들이 방학과 휴가를 떠나 헌혈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로 인해 헌혈인구가 감소하면서 국내 혈액 보유량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혈액이 필요한 수술을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수혈로 인한 감염 및 사망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무수혈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수혈 치료 및 수술은 내외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혈을 최소화해 수혈을 피하는 치료법이다. 즉 남의 피를 받지 않고 치료한다는 뜻이다. 무수혈의 장점은 수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간염, 에이즈 등에 감염될 위험이 없고 각종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 또 수술 후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도 있다.
무수혈 수술은 1957년 미국에서 처음 성공했고 우리나라는 약 30년 후에야 첫 무수혈 수술이 이뤄졌다. 무수혈 치료센터는 현재 약 30개 국내 병원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암을 비롯해 인공관절, 제왕절개, 심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수혈 치료는 철분주사를 통해 수혈을 최소화한 수술요법으로 수혈사고 예방 및 혈액수급 문제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헌혈하는 청년층이 줄고 수혈 받는 노년층이 증가해 혈액의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무수혈 치료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수술은 여전히 수혈 방식이 대세이지만 무수혈 방식이 갈수록 주목받는 이유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정맥철분주사제가 나오면서 수혈을 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맥철분주사제는 적혈구를 생산하는 조혈작용에 필수성분인 철분을 환자의 정맥을 통해 혈액 내 적혈구 비율(헤마토크리트) 및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농도를 증가시키는 제제다.
정맥철분주사제는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 전 투여해 수혈을 줄이고, 수술 후 투여로 적혈구 볼륨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정맥철분주사제는 페린젝트(JW중외제약 판매)로 한 번에 1000㎎의 고용량 철분을 15분에 투여할 수 있어 수혈량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정맥철분주사제는 고용량 투여가 어려워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1회 투여 시 40분 이상 소요된다.
박 교수는 “페린젝트 같은 정맥철분주사제는 체내에 신속하게 철분을 공급해 투여 5분 안에 조혈작용을 활성화시켜 신속하게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수혈 치료는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혈액관리는 혈액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혈 치료는 다른 대안이 없거나 응급상황일 때만 시행하는 것으로 반드시 제한돼야 한다는 게 환자혈액관리의 핵심이다. 그동안 수혈관리는 환자중심이라기보다는 의료진 중심의 개념이 깔려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혈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빠르게 교정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적혈구의 반감기가 짧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게 단점이다. 또한 수혈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HIV나 B형간염 감염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혈액 보유량 뚝… 무수혈수술에 시선 집중
입력 2015-08-1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