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암 환자는 22만 명으로 이 중 절반가량은 치료 또는 증상 완화의 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된다.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치료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에 대한 부정적 편견으로 인해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미숙 박사의 사례와 도움말로 방사선 치료의 편견에 대해 알아본다.
병원 인근에서 하숙을 하며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30대 여성 환자가 유독 말이 없고 풀이 죽어있어 암에 대한 공포 때문인가 싶어 위로해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알고 보니 우울증에 빠진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젖먹이 아기가 집에 있는데 따로 나와 혼자 있으니 아기가 보고 싶고 또 걱정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과 병원이 가까운데 가서 돌봐주면 될 것 아니냐고 하니 자신의 몸이 방사선에 오염되었을 것 같아 아기에게 해가 될까 봐 집에 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방사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방사선치료는 치료 순간에만 작용이 일어나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지 치료 장비로부터 벗어나면 몸 안에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 방사선 오염이라는 것은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직접 주입하거나 직접 우리 몸에 묻거나 흡입되어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방사선을 쬔다는 것은 방사능을 가진 물질로부터 눈에 안 보이게 빛처럼 나오는 방사선만 이용하는 것이며 그 물질 자체는 새어나오지 않게 단단히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기 엄마는 이제 집에서 통원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고 명랑함을 되찾았다.
“선생님, 머리가 빠집니까?”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는 암환자나 가족이 항상 물어보는 말이다. 방사선은 국소 요법이므로 치료하는 부위의 피부에만 영향을 준다. 그러니 머리에 방사선 치료를 할 때에만 머리카락이 빠지고 목이나 가슴처럼 머리가 아닌 곳을 치료할 때에는 빠지지 않는다. 다만, 피부 표피세포는 방사선에 약하므로 쉽게 화상을 입는다. 따라서 표피에 가까운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 예를 들어 유방이나 목을 치료할 때에는 피부가 상하면 방사선 피부 보호 연고나 크림을 발라 준다.
항암 화학요법은 몸속으로 들어온 약성분이 전신에 퍼져 암세포를 죽이는 전신요법이므로 성한 머리카락 세포가 상해 머리카락이 빠지고, 위장이 약해져 메스껍고 소화가 안 되며, 골수가 상해 백혈구가 감소한다. 암을 수술로 치료할 때에는 수술 자국이 흉으로 남는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는 자국이 남지도 않고 몸의 일부를 제거하는 것도 아니므로 장점이 많은 치료 방법이다.
최근 다양한 방사선 치료 기계들이 개발되고 있다. 방사선 조사면을 조절해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세기변조 방사선치료, 환자의 자세 및 호흡에 의한 종양의 움직임 등을 보정하여 치료하는 영상유도 방사선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칼 대신 방사선을 이용한 방사선적 수술이 가능한 사이버나이프 등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들 각각에 대한 치료방법 및 질병에 대한 적응증은 다양하므로 의료진과 상담 후 자신에게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방사선 치료 바로알자… 머리 부위 치료할때만 머리카락 빠진다
입력 2015-08-17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