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하는 A(67·여)씨는 최근 인공관절수술을 받고 보호자 없는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자식들에게 간병을 부탁하기도, 그렇다고 하루 7만원이 드는 간병인을 고용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지인을 통해 보호자 없는 병동을 알게 된 A씨는 부평힘찬병원을 찾았다. A씨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병원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병원 의료진이 더 많이 신경써주고 있고 병동 환경도 깨끗하고 조용해 오히려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불리는 ‘포괄간호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다. 우리나라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병원 내 확산 이유 중 하나로 한국 특유의 간병문화가 지목되면서 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포괄간호서비스는 가족 간병과 간병인 고용 등 환자의 사적 간병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쾌적한 병원 입원환경으로 치료효과도 높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의견이다.
◇올해 54개 병원 참여=포괄간호서비스는 환자 보호자나 개인고용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병원 내 전담 간호 인력이 24시간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환자 중심 제도다. 간호 인력을 늘려 간병을 입원서비스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처음 시행했다. 2013년 시범사업에는 13개 병원이 참여했다. 이후 지난해 2월 ‘3대 비급여 개선방안에 간병문제 개선’이 포함되면서, 2014년 28개 병원(민간 9, 공공 19)에서 50개 병동 2363병상이 운영됐다. 시범사업은 포괄간호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간호인력충원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2년의 시범운영을 바탕으로 포괄간호서비스 모형을 개발해, 올해부터는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으로 전환돼 지방 중소병원부터 확대 시행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운영된다.
8월5일 기준 포괄간호서비스 참여기관은 54개 병원(민간 37, 공공 17) 86개 병동 3953병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실 임금남 차장은 “기존 입원료 대신 새로운 포괄간호병동 입원료를 산정한다. 통상 입원환자 본인부담률을 동일하게 적용해 포괄간호병동 입원료 20%를 환자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종합병원 6인실 포괄간호병동에 입원할 경우 입원료 본인부담은 1만8130원에서 2만2150원 정도다.
◇달라진 병원환경=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쾌적한 병원(입원) 환경, 환자와 의료진 만족도 향상 등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시범사업부터 참여 중인 인하대병원의 경우 환자 모니터링 및 간호요구에 대한 즉각적 대응 시스템 구축, 의료진 및 보호자와의 의사소통 활성화, 욕창·감염·낙상 등 안전사고 방지 체계 마련 등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수연 인하대병원 간호부장은 “보호자 없는 병동의 가장 큰 변화는 쾌적한 병원환경 조성이다. 또한 당초 우려와 달리 욕창과 낙상 등이 오히려 줄었다”며 “보호자와 환자, 의료진 모두 달라진 입원환경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하대병원 조사에 따르면 간병료 7만원의 부담이 1만3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줄고, 보호자의 간병 피로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에 대한 간호 인력의 직접 간호시간이 늘어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인하대병원이 실시한 외부고객만족도 결과 포괄병동 만족도는 평균 96.4점이었던 반면 일반병동은 평균 89.4점이었다. 또한 욕창 발생 건수도 2012년 연간 13.8건에서 포괄병동 전환 후 7.5건(2015년 기준)으로 줄었고, 낙상 발생도 2012년 연간 3.0건에서 2015년 연간 0.8건으로 감소했다. 특히 포괄병동의 경우 환자 자가 간호 능력이 향상돼 질병 조기 회복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하대병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재원일수 7.0일에서 2015년 포괄병동 시범 후 6.1일로 0.9일이 단축됐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이 고려대 의과대학 안형식 교수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내 감염 발생률의 경우 포괄간호병동은 1일 1000명당 2.1명으로 간병인과 보호자가 상주하는 일반병동 6.9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업에 참여한 부평힘찬병원 유일남 수간호사는 “포괄간호서비스를 알고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부쩍 늘었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 재활과 치료에 집중할 수 있고, 전인간호를 시행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료진의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도 정착 위한 과제는=포괄간호서비스가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고, 병원 내 감염 차단과 입원서비스 질 향상 면에서 좋은 제도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도의 근간이 되는 적정한 간호인력 배치와 적절한 수가보상체계 마련이다. 지난 6일 열린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전략 및 제도화 방안’ 세미나에서 안형식 교수는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 방안으로 △입원료 현실화 및 야간 간호관리료 신설 등을 통한 수가 개선과 간호사 고용을 위한 병원재정 확보 △지방중소병원 간호사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 △이직과 퇴직 감소를 위한 간호인력 근무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임 차장은 “올해 6월 포괄병동 야간전담제 가산을 5%에서 30%로 확대하고, 포괄간호서비스 모형에 따른 차등수가 개발 등을 통해 참여 병원들이 효과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발표에 따르면 포괄간호서비스는 2018년 전체 병원으로 확대 시행된다. 임 차장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참여 병원을 확대하고, 인력 확충과 모형 개발, 전체 병원 적용시 대상기관 선정, 서울과 수도권 쏠림 등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국민들(환자·보호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기존 보호자나 간병인에 의존하던 입원간호서비스를 병원 간호 인력이 담당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문제나, 환자·보호자들의 지나친 간병 요구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임금남 차장은 “포괄간호서비스는 사적 간병문화를 없애고 입원간호서비스를 병원이 책임지는 것으로, 사회적 부담 경감, 입원환경 개선과 감염 차단, 치료효과 증대 등 매우 좋은 제도”라며 “간호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도 보완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포괄간호서비스, 적절 수가보상으로 새바람 안착시키자
입력 2015-08-1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