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하 배경·파장] 마지막 부양카드 꺼내든 中, 글로벌 환율전쟁 불붙였다

입력 2015-08-12 02:44

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 환율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통화 및 재정, 주가 부양책을 쏟아부었지만 ‘위안화 절하’만 유일하게 동원하지 않았다. 엔저에 이어 중국마저 위안화 절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 경쟁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달러·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 6.1162위안보다 1.86% 높은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는 2013년 4월 25일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위안화 환율은 6.3231위안에 장을 마쳤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기준환율의 2%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가 일회성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무역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위안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무역총액은 수출·수입액 모두 줄어들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위안화까지 절상되면서 수출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조치가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IMF는 올해 말로 예상됐던 위안화의 SDR 바스켓(기반통화) 편입 작업을 내년 8월로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통해 ‘국내와 국외에서 적용되는 환율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거론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위안화의 SDR 편입요건은 위안화 환율이 보다 시장에 친화적이고 국내와 국외 간 적용 환율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기준 환율 결정 시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도 비슷한 자국통화 절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와 한국, 인도 등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도쿄 소재 모넥스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선임 전략가는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달러와 한국의 원화, 대만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조치는 통화 평가절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양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금융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9원 오른 1179.1원으로 마감해 2012년 6월 5일(1180.1원)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화 현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은 중기적으로 1200원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 바트화와 싱가포르달러는 이날 달러 대비 0.7%와 1.2% 하락해 각각 6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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