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처리 꾸물대는 새정치… 해킹 의혹과 연계 시간끌기

입력 2015-08-12 02:30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자처하고 있다. 박 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회부된 11일에도 여당 탓만 하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국정원 해킹의혹 관련 긴급 현안질의,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처리 등 ‘엉뚱한’ 현안과 연계시켰다. 체포동의안 처리 기한이 14일까지임을 감안하면 기한 내 처리가 어려워진 셈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이 약속한 것을 실천해 나가는지 봐 가면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가 이런저런 의견을 숙고해서 하겠다 했으니 두고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제 식구 감싸기’의 또 다른 명분은 이른바 ‘부결 부담론’이다. 충분한 여야 협의 없이 체포동의안을 상정했다가 이마저 부결되면 국회 전체가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런 경우에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솔직히 가결보다 부결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선뜻 표결에 부쳤다가 ‘동정표’가 나와 부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이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의총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주장한 김기식 의원은 “(체포동의안의)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본회의에서 강제 표결하도록 한 법안을 우리 당이 냈지 않나. 그걸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 “당이 혁신하겠다고 하면서 (표결에 불참하면) 국민들이 믿어주겠느냐”고도 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고가 시계 등 사치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론이 매우 안 좋다”며 표결 참여를 요구했다.

한편 여당은 야당에 조속한 의사일정 합의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은 조속히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고,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에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여당은 야당이 13일까지 본회의 개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해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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