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현장에 있었던 수색대원들 중 3명이 11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방부 주선에 따라 인터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사고 이후 심리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수색대원 인터뷰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민 분노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수색대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어겼고,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했다. 사태의 1차 책임은 명백히 북한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군의 잘못이 면책되는 것일까. 우리 군은 북한군이 최근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10∼20명씩 몰려다니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왔음에도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440m까지 내려와 지뢰를 매설했는데도 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젊은 군인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국방부와 합참 등 군 고위 간부들은 사태를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마땅히 책임감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군은 뼈아픈 자기반성보다는 손쉬운 여론전을 택했다. 군은 스스로 북한을 규탄하는 대열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의 실패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뿐만이 아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에도 사고를 겪은 수색대원들과 함께 사고 영상을 보며 ‘혹독한 대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사고 영상을 다시 보도록 한 것은 조속한 심리치료를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과잉 대응이다.
4성 장군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도 문제가 있다”며 도발 징후를 예견하지 못한 점, 지뢰 매설을 포착하지 못한 점 등을 질타했다. 국방부가 힘을 쏟을 곳은 ‘여론전’이 아니라 ‘실전’이다.
임성수 정치부 기자 joylss@kmib.co.kr
[현장기자-임성수] 軍, 여론전보다 실책 되돌아봐야
입력 2015-08-12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