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동안의 일제 강점기와 3년간의 6·25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놓였다. 1955년 당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6달러에 불과했다. 아프리카 최빈국인 가나와 가봉에도 뒤지는 수준이었다.
미래가 없어 보였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하며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던 그해 창업해 조국 근대화와 70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해방둥이 기업들이다. 한진그룹, 중외제약, SPC그룹, 해태제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암울하기만 했던 나라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출발선에 섰다.
재계 순위 10위의 한진그룹은 해방둥이 기업 가운데 규모 면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기업이다. 낡은 미군 트럭 한 대로 운송업을 시작해 자산 38조원, 연 매출 23조원의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70년 동안 수송 외길을 걸어왔고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을 주축으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 기업이 됐다.
JW중외그룹은 조선중외제약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창립 8년 만에 현대적 기업 형태를 갖춘 뒤에는 국내 최초로 수액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를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액은 이윤마저 박한 제품이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5% 포도당’ 수액을 최초로 선보였다. 고(故) 이기석 창업주의 ‘생명존중’ 정신이 근간이었다. 최근 중외그룹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혁신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에서 시작한 SPC그룹은 연 매출 4조원, 매장 숫자만 6000여개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에 차례로 진출해 180여개의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라보콘, 홈런볼, 오예스 등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던 해태제과는 1997년 11월 부도를 맞는 아픔을 겪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8년만인 2005년 10월 크라운제과에 합병됐고, 2014년에는 매출액 1조841억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해방둥이기업 특집] 기업가 정신으로 ‘가난 극복’ 앞장
입력 2015-08-13 02:42 수정 2015-08-13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