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벌어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저지’와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과 롯데의 주요 주주라는 존재감은 알렸지만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기관투자가의 한계를 보여주며 ‘식물 주주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롯데 사태를 계기로 해외 시장 투자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적립기금 497조원 중 100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롯데푸드의 최대주주(13.49%)고 롯데칠성(13.08%) 롯데하이마트(12.46%)의 2대 주주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처럼 롯데에도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고 말한다. 국민연금은 현재 지배권 취득 등의 목적이 없는 기관투자가라 5%룰(보유주식이 5% 이상일 때 5일 내에 보유 상황·목적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지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국민연금은 특례지위를 포기하고 일반 주주들과 동일한 공시 의무를 행하거나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에 다른 나라의 공적 연기금처럼 주주로서의 권한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유럽연금이나 네덜란드의 ABP(네덜란드 연금)는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강하게 행사하고 있다. ABP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간섭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여건상 국민연금이 정부를 대신해 기업 경영에 개입할 경우 관치(官治) 우려가 커 시기상조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중립적 위치에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금을 운용하려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풍부한 경험으로 시장을 분석할 만한 해외투자 전문가가 공단엔 없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단은 해외 투자에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최고의 인력을 기업보다 적은 돈을 주고 영입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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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사태로 본 대주주 국민연금의 고민… 연기금 족쇄에 주권행사 한계, 해외 투자하자니 전문가 없고
입력 2015-08-12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