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날씨에도 긴 줄이 똬리를 틀었다. 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숭실대 인근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 ‘해피밀 스페셜세트’를 사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매장마다 100개 한정으로 판매한 이 제품에는 지난달 29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미니언즈’ 캐릭터 장난감 5개와 햄버거 세트 쿠폰 4장 등이 들어 있었다. 긴 줄에서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20, 30대였다.
대학생 김모(25·여)씨는 “한정 판매하는 물건을 구입할 때 느끼는 위안이나 쾌감이 있다”며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조금 갖고 놀다가 팔아도 이익이기 때문에 1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면서 “평소에는 해피밀 세트를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판매 개시 1시간도 안 돼 매진된 이 제품은 지난달 1차 판매 때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비하는 ‘키덜트’ 문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키덜트는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시절 향수를 떠올리며 비슷한 경험을 소비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주로 20∼40대에 폭넓게 퍼져 있으며 문화콘텐츠산업은 물론 유통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씨의 인기도 같은 맥락이다.
키덜트 문화에는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취미를 향유하는 요즘 세대의 소비 습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현재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매년 2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니언즈’ 장난감의 인기는 영화의 인기를 앞질렀다. ‘해피밀 대란’ ‘미니언즈 대란’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장난감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를 한다. 맥도날드 측은 해피밀 스페셜세트를 기존 해피밀 세트(3500원) 5개를 한꺼번에 사는 것과 동일한 1만7500원에 팔았지만 온라인에서 장난감만 사려 해도 2∼3배 이상의 가격차이가 난다. 장난감 5개가 2만5000원대에 거래되고 1·2차에 걸쳐 판매된 총 10종 장난감의 값은 6만원 수준에 이르는 등 ‘한정판 프리미엄’이 붙었다.
지난달 22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홀에서 열린 제2회 서울키덜트페어에는 지난해(4만5223명)보다 10.6% 증가한 5만47명이 다녀갔다. 이 행사에는 각종 캐릭터 상품과 조립식 장난감(플라스틱 모델), 웹툰 등이 망라됐다. 서울키덜트페어 사무국 관계자는 11일 “관람객 가운데 성인 비율이 82.1%로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키덜트 문화의 등장과 확산에 대해 “연령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규범과 문화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익숙한 문화를 취향에 따라 향유하고 유지하는 모습이 키덜트 문화의 특징”이라고 정의했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해!… 키덜트 열풍
입력 2015-08-12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