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정면돌파’와 ‘속전속결’ 카드를 뽑아들었다. 경영권 다툼으로 악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제기된 의혹들을 분명하게 정리함으로써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문제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 강수=신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한국’이라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한 처방도 내놓았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주주의 비율을 줄이고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매하는 것)을 통해 일본계 지분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다만 호텔롯데의 일본계 지분 비율이 이미 99%를 넘어선 상황이라 구주 매출을 하더라도 국내 자본 비중이 최대 20% 안팎에서 더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를 해도 일본 지분이 70% 이상 남아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벗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 11곳이 구주 매출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상당 규모의 자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도 또 다른 논란을 양산할 수 있다.
복잡한 순환출자 문제도 어물쩍 넘어가지 않고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호텔롯데는 과거에도 수차례 상장 논의가 진행됐지만 지분 공개를 꺼리고 전근대적인 황제 경영을 해온 신격호 총괄회장이 승인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밀어붙여 베일에 싸인 기존 경영 방식을 투명하게 오픈 경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구조 정리 작업도 올해 안에 80% 정리하겠다는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놨다.
문제는 지주회사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갖고 있는 유가증권을 사고팔아야 하고, 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이 발생한다.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순환출자 정리에 약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둘 수 없어 롯데가 소유한 금융 계열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관건이다.
◇신속한 주총 통해 상황정리 나서=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 고리인 롯데홀딩스 의총을 빨리 개최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신속히 마무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신 회장은 지난 2일 일본에서 귀국하며 “일본 롯데홀딩스 의총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재벌 개혁을 강조하며 롯데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소비자들도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 회장은 이날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를 공개했고, 롯데그룹은 다음주 초 롯데홀딩스 주총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신 회장에 따르면 그는 롯데홀딩스 지분 약 1.4%를 소유하고 있고, 일본 광윤사와 일본 우리사주가 각각 약 33%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우리사주와 광윤사가 모두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L투자회사들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계열 기업이 공동으로 롯데호텔 투자에 참여하면서 생긴 회사”라며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한 개 회사가 감당할 수 없어 부친(신 총괄회장)이 설립한 일본 롯데제과 등 다수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은 아버님의 뜻에 따라 일본 롯데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투자창구 역할을 성실히 해 왔다”면서 “2005년이 돼서야 배당을 실시했고, 배당금액도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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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2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