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형과의 대화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과 경영은 별개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많이 존경하고 있다. 아버님이 쌓아온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돼 자식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버지, 형과 타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언제든지 대화를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경영 부문에 대해서는 좀 별도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답했다. 신 회장은 “직원 13만명이 우리나라에서 근무하고, 세계적으로는 18만명이 근무한다”며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20분 동안의 사과문 발표 및 기자회견을 한국어로 소화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명확하게 알아들었고, 답변에도 한국어를 구사했다. 하지만 일본식 발음과 억양이 많이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순환출자’ ‘투명성’ ‘고용확대’ 등 일부 어려운 단어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자들이 신 회장의 발언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신 회장의 사과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통신망에 처음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고, 지난 3일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처음 공식 사과했다. 신 회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으며, 사과문에는 ‘사과’ ‘죄송’이라는 표현이 6번 등장했다.
신 회장은 특히 최근 국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롯데가 한국 기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 롯데는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설립된 한국 기업”이라며 “특히 롯데호텔은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 창구가 아니고 일본 롯데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투자창구 역할을 성실히 해 왔다”고 해명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롯데 지배구조 개편] 사과문 발표·질의응답 모두 한국어로… 일본식 발음에 기자들 못 알아듣기도
입력 2015-08-12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