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광고회사를 다니던 임모(35·여)씨는 지난해 8월 직장을 그만뒀다. 임씨는 2013년 11월 첫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쓴 뒤 6개월간 육아휴직 후 지난해 6월 직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임씨는 두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맡아줬던 친정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면서 육아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주도우미를 쓸까 고민도 했지만 돌도 안 지난 아기를 남의 손에 키우기가 꺼려져 결국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임씨 사례처럼 육아휴직 제도가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고용연구원의 ‘육아휴직제도 활용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육아휴직 후 직장으로 돌아온 여성 중 거의 절반(48.9%)은 1년도 채 못 다니고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최대 1년(일부 기업은 1년 이상)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육아휴직 기간이 길수록 퇴직 비율이 높았다. 육아휴직 기간이 3개월 미만일 경우 1년 이상 직장에 다니는 비율은 73.6%였지만 육아휴직 기간이 1년 이상이면 37.4%까지 떨어졌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육아휴직 제도에도 불구하고 출산 후 여성 근로자들이 쉽게 퇴직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육아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퇴직하는 여성의 퇴직 사유를 보면 전체의 66.5%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대부분 부모나 친척이 아이를 맡아주지 못할 경우 직접 키우기 위해 퇴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육아휴직 기간 동안 변화된 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회사를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비율도 33.3%에 달했다. 이수영 이화여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육아휴직 근로자 자리에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않고 기존 인력이 업무를 분담한 경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육아휴직 복귀자는 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고 분석했다. 특히 육아휴직 사용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비자발적인 사유로 인한 퇴직 비중이 48.2%로 절반에 육박했다.
윤정혜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육아휴직 제도가 직장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서비스의 확충 등 육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과 맞물려 운영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유연 근무제 등 근로 시간 단축 제도와 육아휴직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육아휴직 기간 길수록 직장유지 힘들어
입력 2015-08-12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