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일수록 뇌경색 증상 가볍고 혈관 건강 돕는 호르몬 많이 나와

입력 2015-08-12 02:38
‘약간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逆說)’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과체중일수록 뇌경색이 가볍게 발생하고 치료 결과도 좋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와 부천성모병원 신경과 김예림 전임의 연구팀은 2002년 10월∼2013년 5월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2670명을 대상으로 진단 및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도가 가장 높은 환자 그룹에서 중증 뇌경색을 보인 비율은 비만도가 가장 낮은 그룹의 3분의 1에 불과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비만도를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21.2㎏/㎡ 이하, 21.2∼24.0, 23.1∼24.5, 24.6∼26.2, 26.3 이상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눠 초기 뇌경색 강도(NIHSS)를 분석했다. BMI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며, 아시아·태평양 기준으로 BMI 23∼24.9는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에 해당한다.

비만도가 가장 낮은 BMI 21.2 이하 그룹의 중증 뇌경색 발생률을 100으로 볼 때 BMI가 한 단계씩 높아질수록 이 비율이 각각 65, 48, 39, 31로 점점 낮아졌다. 비만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치료 3개월 후 경과도 좋았다.

이 교수는 “지방세포에선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뿐 아니라 혈관을 건강하게 해주는 아디포넥틴 호르몬도 나온다”며 “과체중이거나 ‘건강한 비만’인 사람에게는 아디포넥틴이 더 많이 나와 뇌경색 증상을 완화하거나 염증을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뚱뚱한 사람이 고혈압 당뇨병 등 ‘뇌혈관 위험인자’를 더 적극적으로 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