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최흥식 신임 대표 첫 기자간담회 “성장통 딛고 10년 뒤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도약”

입력 2015-08-12 02:47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한 음식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향 운영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법인화 10년이 되면서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악마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면 앞으로 10년 뒤 서울시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7월 1일 취임한 서울시향 최흥식(62)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내 한 음식점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 박현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 및 막말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금도 일부 보수단체가 제기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업무비 횡령 혐의 고발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표 사임 후 6개월의 공백 끝에 서울시향을 맡게 된 최 대표는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이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놓친 부분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 서울시향이 자성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경찰 조사와 고소 고발 등 서울시향을 둘러싼 사건들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울시향을 정치적 잣대로 삼는 것은 그만하고 음악으로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로 계약이 끝나는 정명훈 예술감독과의 재계약 문제는 그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올 초 정 감독은 계약을 1년 임시 연장하면서 서울시가 약속했던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예산 증액을 향후 재계약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최 대표는 “내년 시즌을 이어가려면 적어도 9월 말까지 정 감독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정 감독과 심각하게 논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용홀 문제는 서울시가 적극 검토 중이며 건립에 긍정적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 감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계약은 계약”이라고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거친 전문경영인 출신인 최 대표는 간담회에서 ‘고품격 클래식 음악’과 ‘경영조직 효율화’를 화두로 내놨다. 그는 “서울시향은 고품격의 클래식 음악으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향유할 기회를 좀 더 많이 주는 한편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시민의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 안정화와 경영 효율화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경영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여건을 조성해야지 그 앞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단원 120명, 직원 20∼3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향이 작은 조직이다 보니 부족하고 서툰 점도 많지만 속도조절하며 하나씩 고쳐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올해 113회인 공연 횟수를 내년에 140회로 늘리는 등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지휘자 육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 감독과 최수열 부지휘자 외에 추가로 우수 지휘자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