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과 똑같아요. 다른 게 있다면 그땐 군사분계선(MDL)이었고, 이번엔 우리 측 추진철책에서 지뢰가 터졌다는 겁니다.”
합동군사대학 교관 이종명(56·사진) 대령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군이 우리 수색대원의 출입구까지 내려와 목함지뢰를 매설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군 작전 동선을 다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수색작전의 보안과 은폐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령은 2000년 6월 27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에 나섰다가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수색대대장(중령)으로 후임 대대장에게 임무 인수인계를 하는 마지막날이었다. 작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았고, 함께 있던 중대장도 관통상을 입었다. 이 대령은 두 사람이 쓰러진 곳까지 갔다. 수년 동안 수색작전을 하며 파악해 놓은 이 지역 지리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음하는 후임 대대장을 업으려고 쪼그려 앉는 순간 그의 발아래에서 다시 지뢰가 폭발했다. 수도 없이 다녔던 길이라 지뢰가 없다고 확신했던 곳이었다. 전날 비가 왔지만 지뢰가 떠내려올 정도는 아니었다. 북한군이 우리 군 동선을 파악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이 대령은 두 다리를 잃었다.
MDL 인근은 분계선이 분명하게 그어져 있는 게 아니라 남북한 군이 서로 오가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 목함지뢰 사건이 터진 곳은 MDL 남쪽으로 명백하게 우리 관할 지역이다. 북한이 우리 땅까지 내려와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이 대령은 하루에도 수십번 남북의 주도권 싸움이 펼쳐지는 곳이 DMZ라고 설명했다. 수색과 매복을 통해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도발이 감행된 지역은 이전에도 북한군이 침투하거나 귀순해온 곳이다. 지형상 북한군은 쉽게 접근해도 발각되지 않지만 우리 군이 감시정찰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다리를 잃은 뒤 이 대령은 2년 반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다. 전역할 줄 알았지만 군은 하반신 불구인 그에게 정년까지 복무토록 했다. 다음 달 전역하는 이 대령은 지금 장애인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사 자격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건은 아직도 한반도가 완전하게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목숨을 걸고 조국 수호에 임하는 장병들을 국민이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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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2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