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1일 밝힌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고용 1000명 확대 방침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성격이 짙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한 다음날 그룹 차원의 입장이 나왔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우리나라 30대 대기업 중 절반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명목상 시행하고 있지만, 주요 사업장의 시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재계 내 위상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의 선언은 산업계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편으로, 노동정책의 상징성이 큰 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수 있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현대차그룹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경우 41개 계열사 15만여명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됨에 따라 계열사별로 제각각인 정년을 60세로 통일하고, 임금피크제를 그룹 차원에서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는 계열사별로 정년이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정년은 58세이고,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57세다. 현대차의 경우 58세 정년을 채운 직원이라도 필요한 경우 60세까지 고용계약을 연장해왔다. 현대차그룹 측은 “계열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별로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년을 앞둔 종업원들을 위해 재취업 및 창업 프로그램, 자기계발, 노후 대비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키로 했다.
청년고용 1000명 추가 확대 계획도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진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생산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전 계열사에서 95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내년부터는 여기에 1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10% 이상 늘리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 고용 계획이 정확히 나오지 않아 1만500명을 뽑겠다고는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청년 고용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추가 1000명 고용확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로 추가 고용 계획 등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동조합과의 ‘합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에는 대부분 강력한 노동조합이 구성돼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양보가 필요한데,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임금피크제는 단협 및 취업규칙 변경 사항에 해당한다”며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조와 별도 교섭창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정부 정책에 발 맞췄지만… 노조 ‘합의’ 산 넘어야
입력 2015-08-12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