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분쟁 수습의 시작에 불과하다

입력 2015-08-12 00:50
기업 지배권을 놓고 아버지, 형과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개선 방안을 내놨다. 신 회장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허리를 90도 숙였다. 경영권 분쟁 이후 세 번째 사과다.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통신망에 사과문을 띄운데 이어 지난 3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또 한번 머리를 조아렸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골육상쟁은 계속됐고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롯데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는 등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압박까지 더해지자 세 번째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신 회장 스스로도 그룹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듯하다.

신 회장이 제시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세 가지다. 호텔롯데 기업공개 추진, 연말까지 순환출자 80% 해소,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및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설치 등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 시행이다. 우리나라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가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채 당국의 관리체계 밖에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래서 쥐꼬리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는 총수 일가가 반도체 회로도를 연상케 하는 얽히고설킨 상호출자로 그룹을 장악, 수십 개 기업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황제 경영이 가능했다.

롯데그룹은 구멍가게가 아니다. 지난해 연매출 83조원에 81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만큼 기업 경영도 글로벌 기준에 맞추는 게 마땅하다. 다른 재벌들은 진작 하고 있는 조치들을 이제야 개선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 자체가 롯데그룹의 후진성을 웅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준은 고사하고 국내 기준에도 한참 모자라는 후진적이고 폐쇄적인 경영문화로 어떻게 재계 서열 5위로 올라설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관건은 실천에 달려 있다. 대국민 사과가 ‘대국민 사기극’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에 제시한 개선 방안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립서비스가 되어서는 더한 역풍에 휩싸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재벌 총수들은 기업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경영 개선과 사회 공헌을 약속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그때뿐 여론이 잠잠해지면 약속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철저한 여론의 감시만이 이런 재벌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앞서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롯데의 자기혁신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