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와 덕혜옹주의 기구했던 삶을 기억하는가. 조선의 황후요, 국모였던 명성황후는 일본 사무라이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젖가슴이 도려내지고 토막 살인을 당하였다. 또한 조선 마지막 황족이었던 덕혜옹주는 열세 살에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인과 강제 결혼을 하고 온갖 냉대와 구타를 당하고 살다가 10년 이상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렇게 37년 동안 유령처럼 떠돌다 고국으로 돌아와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어찌 두 여인뿐이겠는가. 이 땅의 수많은 여인들은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수모와 치욕을 당하였으며 남자들은 사할린으로 짐승처럼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때 한국교회는 역사의 폐허 위에 활활 타오르는 민족혼이 되었으며 독립운동의 정신적 요람이요, 발원이 되어 주었다. 아,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마침내 해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불행하게도 사소한 이념의 차이로 남과 북은 뼈아픈 나뉨을 겪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맞게 되었다. 전쟁으로 우리 조국은 완전히 폐허의 잿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다시 피투성이가 된 조국을 가슴에 부여안고 새벽마다 차디찬 마룻바닥에 엎드려 민족번영과 경제발전을 위하여 눈물로 부르짖었다. 그래서 다시 세계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 교수나 중국 베이징대 엔써 교수는 역사를 보면 한 국가가 부흥할 때는 반드시 기독교의 영적 부흥이 선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런 것처럼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저변에는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영적 부흥운동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회가 욕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교회도 압축성장과 물량적 성장의 후유증을 앓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교회는 칭송 받는 교회가 아니라 비판을 받고 욕먹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다시 한국교회는 욕먹는 교회에서 칭송 받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민족적 숙원 과제요, 시대적 사명인 통일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와 군은 대치하고 충돌해도 교회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러나 통일이 되어야 일자리도 많아진다. 국가 브랜드도 올라가고 세계적인 경쟁력도 창출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유라시아 열차를 통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자손들에게 동족간의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통일비용이 1000조원 이상 들어간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성장학자들에 의하면 목회자의 리더십이 견고할 때 교회 건축 비용이 1년 예산의 대여섯 배가 되어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는 예닐곱 배까지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 국가에 적용한다면 1000조원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의 꽃길을 열어가는 일을 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교회가 정신적인 혼이 되고 영적인 발전소가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통일의 꽃씨를 뿌리고 민족 제단에 화목제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8월 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광복 70주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를 개최하였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는 뙤약볕 아래서 성도들은 한마음으로 기도하였다. 얼마든지 개교회적으로 기도할 수도 있고 방송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서울광장에 함께 모여 통일의 화목제물이 되고 희생제물이 되었다. 이번에는 일반 지상파 방송과 일간지에서도 주목해줘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도 일회성 공시적 행사로 끝나지 않고 통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통일기도회를 계속해야 한다. 또한 통일 심포지엄을 열고 통일기금도 조성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되자. 그래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의 꽃씨를 뿌리고 나가면 반드시 평화통일의 꽃길이 열릴 것이다. 아, 통일이여 어서 오라, 허리 잘린 조국을 살릴 통일의 향기로운 꽃길이여!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
[소강석의 꽃씨 칼럼] 한국교회여, 이제 통일의 꽃길을 열자
입력 2015-08-12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