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지원] ‘국가정보원 사태’는 정략의 도구 아니다

입력 2015-08-12 00:13

언젠가부터 우리는 ‘무한 정쟁(政爭)’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2008년의 광우병 분란, 지난해 세월호 사건, 올해 메르스 혼란과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등을 둘러싸고 소모적이고 분열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정쟁은 각종 괴담을 양산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 문제를 둘러싼 정쟁은 심각한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자살한 임모 과장은 국가정보 요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애국심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이라고 유서에 적었음에도 요즘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희박한 의문들이다. 또 대북용 18회선과 연구용 2회선 등 총 20회선으로 20대의 스마트폰을 해킹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광범위한 민간사찰’로 규정하고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의 해킹 업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최고 정보기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개인의 정치적 인기몰이를 위해 국익과 국가기관의 존재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보기관의 존재이유가 비밀성에 있음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의 원천 정보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건 거의 국가의 핵심 기능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자유주의와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는 무분별한 ‘정치 과잉’에 취약하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선동주의, 인기 영합적 정략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국회는 정보위원회가 주축이 돼 객관적으로 사실을 파악하고, 책임을 분별해야 하며, 디지털 사이버시대 국가정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국가적인 기준과 대응 방안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은 이번 기회에 ‘민간 사찰’이라는 과거의 주홍글씨를 씻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안보의 핵심 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개혁에 매진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언론기관은 음모론의 전파자로 오해받을 만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언론은 공론의 중요한 매개이자 민주국가의 제4부로서 책임감을 자각하고 엄정한 사실 보도에 임해야 한다.

윤지원 평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