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수리… 안전벨트 리콜 왜 이리 많나

입력 2015-08-12 02:38

잊을만하면 자동차 안전벨트 관련 리콜이 발생한다. 국산차는 물론이고 프리미엄급 독일차도 예외는 아니다. BMW 320i와 320d 225대는 외부 온도가 0도 이하일 때 조수석 안전벨트 착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리콜됐다. 한국지엠의 트랙스는 충돌사고 발생 시 운전석과 조수석의 안전벨트가 풀릴 수 있다는 이유로 1448대가 리콜됐고, 말리부와 알페온은 뒷좌석 안전벨트의 버클이 분리될 가능성 때문에 7만8651대가 리콜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 클래스 등 11종 1152대는 강한 충돌 시 뒷좌석 가운데 벨트가 풀릴 가능성이 제기돼 리콜 조치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 리콜이 없는 대신 미국에서 몇 차례 안전벨트와 관련한 리콜을 실시했다. 기아차는 쏘렌토 2600대를 조수석 안전벨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을 가능성으로, LF쏘나타는 앞좌석 안전벨트 잠금장치가 비스듬히 결합돼 경고등이 켜지는 결함으로 14만여대가 리콜 조치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1일 “미국에서 생산된 안전벨트 부품을 사용한 차량”이라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BMW 관계자도 “안전과 관련한 위험 가능성이 제기돼 예방차원에서 리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한국지엠 측도 비슷한 논리의 해명이다.

자동차 안전벨트는 조향장치,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와 함께 자동차 관련 3대 발명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안전벨트가 구한 생명은 5만명이 넘고, 130만명이 안전벨트 덕분에 부상을 피했다고 한다. 보기에는 간단한 줄이지만, 요즘 안전벨트는 복잡하게 진화한 전자식 장치다. 에어백과 결합돼 있다. 충돌 시 에어백이 터질 상황이 되면 미리 안전벨트가 조여지는 기능이 핵심이다. 최근 출시되는 웬만한 자동차는 대부분 이러한 전자장치식 안전벨트를 장착하고 있다. 때문에 전자장치에 먼지가 끼거나 습기가 차면 오작동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또한 안전벨트 버클 등을 제작할 때 적당한 간격과 강도가 유지돼야 하는데, 여기에 조그만 변형이 생겨도 오작동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차 정비명장 박병일씨는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자동차를 운전할 때 끊임없이 매고 풀기를 반복하는 장치”라며 “자동차 회사들이 원가보다는 보이지 않는 안전에 더 많은 노력과 돈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51년 처음으로 자동차에 장착되기 시작한 안전벨트 기술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사고로 정신을 잃은 승객을 깨우는 웨이크 시스템, 사고 시 부풀어 오르는 팽창형 안전벨트, 사고 발생과 이후를 구분해 안전벨트의 조임을 조절하는 장치 등이 개발됐거나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으며, 최근 모든 도로에서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