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59) 의원이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3120만원짜리 명품시계 해리윈스턴을 1개 받았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두 아들이 받은 3191만원짜리 위블로골드 등 다른 명품시계 6개도 돌려줬다. 박 의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는 가족이 시계를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의원과 가족에게 모두 11개의 시계를 줬다는 업체 대표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기리 판사 심리로 열린 박 의원 측근 정모(50)씨의 첫 재판에서 박 의원과 가족이 받은 것으로 조사된 명품 내역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정씨를 통해 돌려준 명품 시계와 가방의 총액은 모두 1억4380만원이다. 아내는 500만원 상당의 루이비통 가방을 2개 받았고, 박 의원은 1000만원 상당의 고급 전신안마의자도 받았다. 정씨는 지난 6월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44·구속기소)씨 수사가 시작되자 박 의원의 부탁을 받고 이 물품들을 김씨에게 돌려준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검찰에서 해리윈스턴 시계는 직접 받았지만 가족이 시계나 가방을 받은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아들들을 직접 만나 명품시계와 가방을 전달할 정도로 서로 가족처럼 가까웠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앞서 박 의원이 되돌려준 시계 7개 등을 압수수색으로 확보했다. 나머지 시계 4개의 행방은 묘연하다. 가족이 명품을 받은 사실은 몰랐다고 박 의원이 부인해 사전구속영장에는 그가 직접 받은 시계 2개, 안마의자 및 현금 2억7000여만원 등만 적시됐다. 돌려주지 않은 시계 중에는 4000만원짜리 브라이틀링 제품도 포함돼 있다. 영장에 적힌 총 혐의액은 3억5800만원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신분으로 대기업 건설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법률상 직무 범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뇌물수수 대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뇌물성 정치자금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아들 결혼식 두 달 전 받은 1억원도 축의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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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1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