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DMZ 지뢰 도발] 南과 北, 7일간 극과 극 행보

입력 2015-08-11 02:51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폭발 사건이 터졌음에도 다음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북한을 방문했다. 정부는 이 여사가 평양을 방문한 바로 그날 북측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재개하자’는 통지문을 보냈다. 물론 북한은 이 통지문 수령조차 거부했다. 뒤늦게 정부는 폭발 사건의 원인이 북한군이 묻어놓은 목함지뢰란 사실을 밝혀내고 무려 11년 만에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불과 1주일 사이 정부가 보인 ‘극과 극’ 행보다.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당초 폭우로 인한 지뢰 유실을 원인으로 여겼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이 여사는 이튿날 예정대로 평양 방문에 나섰다. 정부는 이 여사에게 냉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게 해줄 ‘메신저’ 역할을 잔뜩 기대했다.

이 여사 방북에 맞춰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안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 통지문에는 ‘이산가족 상봉, 광복 70주년 공동 기념행사 개최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도 함께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북한은 “상부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이 없다”며 서한 자체를 수령하지조차 않았다.

애초부터 북한은 이 여사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면담은커녕 남북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이 여사는 북한 주요 인사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3박4일 동안 평양과 묘향산 등지를 둘러본 뒤 8일 오전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북한은 이미 경기도 파주시 인근 DMZ 내 우리 측 경계소초(GP) 통문에 목함지뢰를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지뢰는 공교롭게 이 여사 방북 전날 우리 군 수색대원들에게 큰 부상을 안기며 폭발했다.

폭발 사고를 정밀 조사하던 우리 군 당국은 10일에야 북한군의 소행임을 밝혀내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 ‘사건’이 된 셈이다.

곧바로 우리 군 당국은 북한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고, 첫 대응으로 서부전선 일대 두 곳에서 2004년 이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10일 오후 5시부터 시작했다. 북한을 향해 유화 제스처를 보내던 정부가 갑작스레 ‘초강경 모드’로 돌변한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일관성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공식 경로로 대화 제의까지 했다가 군사도발 변수가 생기자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대북 심리전을 제기하는 행보 자체가 너무 극단적이란 지적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