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사 남자현(1872∼1933·사진) 선생은 최근 누적 관객 수 9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안옥윤(전지현 분)의 실제 모델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남 선생은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하며 사이토 조선총독과 일제 만주국 전권대사 무토 노부요시 암살을 기도한 여성 무장 독립투사였습니다. 남 선생은 1933년 무토 전권대사를 암살할 무기를 조달받는 과정에서 부하의 밀고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6개월간 고문을 당하다 그해 하얼빈의 한 조선인 여관에서 순국했습니다(국민일보 5월 12일자 29면 참조).
하지만 남 선생께서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에만 전념한 건 아닙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교회를 세우고 여성계몽을 펼치는 일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경북 영양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난 남 선생은 마을에 세워진 ‘계동교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접했습니다. 남 선생의 증손자인 김종식 옌볜과학기술대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10년쯤 영양군 수비면에 전도부인 전원구씨가 수비교회를 개척했고 1년 뒤 계동교회를 세웠다”며 “증조모는 전씨의 전도로 기독교 신앙에 귀의해 계동교회가 설립될 때 앞장서서 도왔다고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고향에서 신앙을 키운 남 선생은 1919년 2월 서울로 올라와 김씨 부인을 만납니다. 김씨 부인은 남 선생의 남편 집안인 ‘의성 김씨’ 문중 사람입니다.
고향에서 을미의병 활동으로 목숨을 잃은 남편의 뜻을 따라 은밀히 독립운동가와 교류하는 남 선생의 소식을 듣고 김씨 부인이 서울로 부른 것입니다. 이때 김씨 부인의 소개로 독립운동가 손정도 목사와 만납니다.
이런 인연으로 남 선생은 손 목사와 만주 지역에서 교회개척과 여성계몽운동을 펼쳤습니다. 김 교수는 “증조모는 서울 정동교회를 담임했던 손 목사의 도움을 받아 중국 퉁화현에 교회 12곳을 세우고 10여곳에서 여성교육모임을 가졌다”며 “망명 이후 1920년쯤 증조모가 중국 지린성에서 손 목사와 다시 만나 교류하면서 교회를 개척한 게 그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증조모가 지린성의 손 목사 댁에 빈번히 머물며 독립군 간부인 양녀와 양아들을 중매해 결혼시킨 일화를 감안할 때 증조모의 교회·여성계몽 사역이 손 목사와 긴밀하게 추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앙운동과 독립군 지원 등으로 독립운동을 펼치던 남 선생의 활동은 1926년 사이토 총독 암살 시도를 기점으로 무장투쟁으로 바뀝니다. 서로군정서 중대장으로서 투쟁 현장에 참여한 것이죠. 광복 70년을 맞은 올해, 그리스도인이자 서로군정서 중대장으로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남 선생 덕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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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