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냐 폐과냐… 종합高 ‘슬픈 몸부림’

입력 2015-08-11 02:54
전북 군산시 대야면에 있는 군산남고등학교는 일반계와 전문계 학과가 공존하는 종합고다. 하지만 이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고교로 변신한다. 군산남고는 지난달 29일 전북도교육청에 학과 개편 신청서를 냈다. 학생 수 27명인 정보처리과를 2016학년도에 폐과하고, 보통학과(인문반)를 2개 반에서 3개 반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신청서에서 “주변에 초·중학교 입학생이 감소하는데다 군산시내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진학을 위한 일반계 고교를 선호하고, 전문계열은 특성화고교를 선호해 부득이 하게 일반고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신청은 심의를 통해 바로 받아들여졌다.

보통학과와 직업계열(이공·상업·농업·가사)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고들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불어 특성화고교들도 학과 이름을 바꾸는 등 시대 변화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10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북에선 최근 2년새 4개 종합고가 일반고로 전환됐다. 이어 군산남고와 익산고·장수고 등 3개 학교가 내년에 이공계열을 없애고 일반고로 돌아선다.

익산고는 정보처리과(2학급)를 폐지하고 보통학과(4학급)를 2학급 증설한다. 장수고는 보통학과(3학급)만 남겨둔 채 정보처리과(1학급)를 폐과한다.

이렇게 되면 전북에는 내년에 종합고가 8곳만 남게 된다. 전북지역엔 종합고가 2010년 26개나 있었다.

앞서 김제고는 올해 이공계열을 모두 폐과하고 20여 년 만에 일반고로 복귀했다. 김제고는 각각 2개 학급이었던 기계과와 환경화공과를 없앴다. 지난해엔 정읍 신태인고와 왕신여고, 무주고 등 3개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이는 취업난에 따른 직업계열 신입생 감소와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선호 탓으로 분석된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군산남고의 경우 정보처리과 학생 50% 이상이 대학 진학을 선호하고 있다”며 “일반고와 특성화고교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태인 종합고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특성화고교들도 유망산업을 찾아 학과를 헤쳐 모여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북공고는 ‘패션신소재설계과’를 ‘신소재섬유화학과’로, 경상공고는 ‘지능형로봇과’를 ‘기계로봇과’로 바꾸기로 했다. 추상적인 의미보다 취업이나 진학에 유리한 이미지의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전북 정읍제일고는 한때 유망산업으로 꼽혔던 환경조경과와 신재생에너지제어과를 없애고 내년에 식물자원과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전주상업정보고는 내년에 e-비지니스과(4학급)를 폐과하고 금융정보과(4학급)를 신설키로 했다.

인천여자공고는 캐드모델링과, 로보테크과, IT컴퓨터과, 미디어아트과(각 2학급)를 가사실업계로 전환하면서 코스매틱과, 뷰티아트과, 뷰티디자인과(각 2학급)로 변경했다. 이밖에 경북여상은 입학생 부족으로 내년부터 야간부(유통경영과·3학급)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실업계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특히 야간은 더 이상 유지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충북 단양공고는 2013년 한국호텔관광고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조리·관광 특성화고로 전환했다. 영동의 학산정보고와 충주농고도 같은 해 각각 학산고와 국원고로 이름을 바꿨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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