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스페인이 오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브롤터 지역(지도)에서 또다시 양국 간 충돌이 발생했다. 불법 마약거래범을 쫓던 스페인 경찰이 사전에 알리지 않고 자국의 해역인 지브롤터 앞바다를 침범했다며 영국이 비난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9일(현지시간) 범죄자를 쫓던 스페인 경찰의 행동에 대해 지브롤터 자치구가 “스페인의 ‘충격적인 행동’에 놀랐고 공포감을 느꼈다”면서 국제법 위반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스페인 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경찰은 이날 오전 3시쯤 지브롤터 해역 인근에서 3명의 불법 마약거래 용의자들을 뒤쫓던 중 용의자들이 마약이 든 짐짝을 바다에 던지는 것을 목격했다. 경찰은 선박과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들을 따라가다가 지브롤터 해역에 들어섰다. 경찰이 추격하자 용의자들은 타고 있던 배에서 뛰어내려 해안으로 헤엄쳐갔고 그 과정에서 두 명은 잡혔으나 한 명은 도망쳤다.
휴고 스와이어 외무부 장관은 “스페인이 범죄 용의자들을 뒤쫓고 있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영국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비앙 피카르도 지브롤터 자치정부 수석장관 역시 “스페인 경찰들은 용의자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어야 한다”면서 “결국 용의자가 도주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 관계자는 “경찰이 용의자들을 뒤쫓던 곳은 스페인 영해”라면서 “‘침범’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영국과 스페인은 지브롤터 앞바다에서 종종 신경전을 벌여왔다. 2013년 4월 영국 정부는 스페인 선박이 지브롤터 앞바다에 진입했다면서 스페인대사를 외무부로 불러들였다. 같은 해 2월에도 영국은 스페인 군함이 지브롤터 해역에 진입해 영국 해군의 훈련을 방해했다며 항의했다.
영국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이후 체결된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스페인으로부터 지브롤터를 양도받았다. 이후 300년 동안 스페인은 지브롤터 반환을 요구해 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300년 영유권 다툼 ‘지브롤터’… 英-스페인 또 충돌
입력 2015-08-11 02:38